명절이 다가오면 많은 기혼여성들이 불안, 초조, 우울, 불면, 위장장애, 호흡곤란 등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호소합니다. 소위 명절증후군 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명절만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게 과거 명절 전후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이 떠올라 다양한 스트레스 증상을 다시 경험하게 되는 질환의 하나인데요. 연휴기간 동안 음식을 하고 집안일을 하느라 육체적인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지만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심리적인 고통입니다. 어려운 경제형편과 치솟는 대목물가에 한숨이 나오는 상황에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이나 시가식구들을 보거나 학업이나 취업 그리고 결혼에 대한 무심한 질문들을 받다 보면, 당연히 불만이 쌓이고 화가 납니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시가식구와 동서들이 모이면서 암암리에 생기는 심리적인 갈등도 만만치 않습니다.
명절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문화충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1년 내내 각자 핵가족 문화에 둘러싸여 살다가 명절 때만 되면 이전의 유교적인 대가족 문화로 들어가게 되니, 제사나 가족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명절 때 평소보다 더 두드러지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며느리에게서 나타나는데요. 음식준비 자체가 버거울 뿐만 아니라, 남녀차별, 고부갈등, 익숙하지 않은 친척들과의 갈등 등을 갑자기 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기혼남성들도 절반 이상이 명절증후군을 앓는다고 합니다. 경제적 부담, 교통체증, 아내의 짜증 등이 스트레스 유발요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명절이 다가오면 정신건강의학과로 내원하는 여성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별 이상 없이 잘 지내던 이들이 명절 때만 되면 팔이 안 올라가거나, 이유 없이 두통이 심해지거나, 위장에 탈이 나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기도 합니다. 면담해보면, 이는 꾀병도 아니고 스스로 조절 가능한 질병도 아닌,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증상입니다. 밖으로 표출되지 않은 억압된 정신적 스트레스가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드러난 것이죠. 이러한 상황은 힘들다는 표현을 의식상에서 말로 하지 못하자, 무의식이 몸을 통해 대신 표현해준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족들의 위로와 함께, 상담치료를 통해 스스로 자신이 받아왔던 스트레스와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부모님에게는 명절후증후군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며느리가 명절증후군을 극복하려면 당사자의 노력과 함께 가족들의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듯이, 부모님이 명절후증후군을 극복하는 데는 자녀들의 따뜻한 배려가 필수적입니다. 규칙적인 전화만 해드려도 큰 도움이 됩니다. 명절을 마친 후 고생한 분들에게는 감사의 한마디, 부모님께는 따뜻한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큰 위로가 된다는 점. 한번씩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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